[여행] 나홀로 떠난 여행 - 미국, 보스턴(2편)

안녕하세요. 엘리입니다 :)

미국, 보스턴(2편) 시작합니다. 스무살에 남들처럼 들어간 대학을 1학년이 끝나자마자 휴학을 했습니다. 그렇게 휴학한 시간이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니,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대학은 왜 다니는 걸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될까?', '무엇이 옳은 삶일까?' 아니, 그 전에 '내 삶은 무엇이지?'....삶에 대한 고민은 답도 내놓지 못한채, 무작정 쌓여만 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여행은 쾌락이기도 했지만, 도피처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뭔가 '변화'하고픈 간절한 변화의 바람 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십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완벽한 나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 나이가 되어보니, 완벽한 존재는 아니더라구요. 삶의 방향을 정할 때도, 편의점에서 점심을 고를 때도 손쉽게 고를 수 없었고, 하물며 십대라는 안전한 울타리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불안전한 존재를 견디는 것이 스무살 초반 때의 과제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변사람들은 정신 차려 스펙쌓고, 친구도 만들고 대학생활을 열심히 할때, 그 시간을 고민을 하는데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휴학을 하게 됩니다. 조금 서론이 길었는데, 이번 보스턴 여행은 그런 불안정함 속 '나라는 온전함'을 찾아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보스턴  아침

보스턴의 가을, 그리고 트롤 철도

하늘 높이 쏟은 나무들이 손바닥 만한 색색의 나뭇잎을 떨궈냈습니다. 제가 도착한 보스턴은 낙옆이 자박 자박 밟히는 가을의 보스턴이었습니다. 임시로 만들어주신 곳은 거실 한 쪽에 가벽으로 만들어주신 공간이었습니다. 책장이 있고, 책이 빼곡히 꽂혀있고, 한 켠에는 제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있었습니다. 1인용 요를 하나 깔고 덮고 누으니, 그 공간은 꽉 채워졌습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침에는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열시가 넘어서야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는 트램을 타러 갑니다. 정해진 것 하나 없는 여행이었기에 해야하는 것도,  보스턴에 관해 아는 것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목적없이 보스턴 시내로 나갔습니다. 

 

 

도서관
Boston Public Library

보스턴 공공도서관 Boston Public Library

책을 읽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책이 주는 편안하고 안락한 냄새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맞았습니다. 어디를 가야될까 고민이 되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공공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 '공공'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이라 생각됩니다. 

보스턴 공공도서관은 옛 학교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도서관으로, 미국 3대 도서관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회색의 거대한 건물이 웅장하고 고풍스럽기는 하지만, 내부는 고개를 한쪽에 가만히 둘 수 없을 만큼 여기저기서 시선을 잡아끌었습니다. 금빛 페인트와 대리석이 반짝반짝 빛나며 분위기를 앞도하니, 보스턴 궁전에 초대된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보스턴 도서관가 첫 조우를 했고, 도서관에 반해, 보스턴에서 지내는 동안 일정이 없으면 매일 도시락을 싸서, 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Could you keep an eye on my bag please?

제 가방 좀 잠시 봐주실 수 있을까요?

영어를 못했던 제가 처음 외운 문장입니다. 한국과 다르게, 물건을 두고가면 도난당한다는 것을 알고 갔기 때문에 필요했던 영어였습니다.

실제로 옆 테이블에 힙하게 생기신 분이 오셔서는 눈치를 보다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던 샌드위치를 가져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분이 오시기 전부터 한참동안 놓여있던 샌드위치인지라, 그 사람께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단숨에 '절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 공공도서관이라 다양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러 오십니다. 

 

 

보스턴 퍼블릭 가든
Boston Public Garden

 

도서관이 지겨워지면, 종종 근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에도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 있을까요. 한국과는 색다른 느낌의 공원이었습니다. 한국은 일제의 아픔을 겪으면서 크고 멋진 나무들은 베이고 잘려 나가면서, 지금은 큰 나무들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예전에는 크고 멋진 나무들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그리며 보스턴 공원을 돌아다닙니다. 보스턴 퍼블릭 가든은 빛이 가득하고, 자연의 평화로움과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편리함이 잘 어울어지는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에 살고 있는 오리와 청설모가 주인처럼 노니고, 가끔씩은 제 음식을 탐나 옆에 놀러오기도 했습니다. 가끔씩 견과류를 챙겨와 바닥에 놓아주면, 꽤 근처에서 청설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락
Lunch

마트에서 구매했던 음식/ 피자

 

도시락은 챙겨오기도 하고, 근처 마트나 식당에서 간단하게 구매해서 먹었습니다. 요거트 챙겨먹는 걸 좋아하는데, 미국 요거트는 종류가 다양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 비타민 발포제 맛이 났습니다. 그 뒤로는 요거트에 함부로 손을 뻗지 않았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치킨은 살짝, 시큼하면서 핫소스에 절여진 이 또한 신기하고 괴랄라한 맛이 나는 요상한 친구였습니다.(치킨도...그때부터 함부로 먹지 않았습니다) 사진 중에는 짜조름한 피자가 제일 무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서는 어느순간 맛을 찾아 다니는 것은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 "미국 맛집이라는 개념이 딱히 없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게 아니라, '단골식당'이 있고, 주로 그 식당을 방문하지" 

하고 같이 지내고 계신 아주머니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물론 그 분의 견해이겠지만요. 하지만, 여럿 실패하고 나니 그 말에 신빙성이 생겼습니다. 마리아 아주머니는 통찰력이 있으신 분입니다. 👍

 

 

마트
Super Market

마트 가는 길

집 뒷편으로 나와 시간의 흔적이 있는 남아있는 몇몇 풍경을 지나다보면, 다리가 아파올 때쯤 마트가 나옵니다. 제 기준 대형마트인데,미국기준에는 이제는 대형마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외에 가면 동네 마트를 가보는 것을 좋아해 꼭 필수로 찾아 가봅니다. 어떤 물건을 파는지가 그 나라의 식문화를 배울 수 있는 지표가 되니 꼭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판매되는 물건들

외관은 안찍고, 구매하지도 않을 물건만 잔뜩 찍어왔는데, 가장 눈에 띄었던 건 강대국 답게 크고 단단한 과일과 채소들이었습니다. 알맹이가 한눈에 보기에도 알차보였습니다. 한국의 작고 부드러운 야채와는 좀 달랐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눈에 띈 것은 요거트였습니다. 요거트 맛의 종류가 이렇게도 다양할 수 있구나 할 정도로, 꿀, 알로에, 초콜릿, 딸기, 딸기 다른 맛, 체리 등 다양한 맛의 요거트가 보여서 놀랐습니다.(맛도 놀라운 맛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곧 할로윈인 만큼 할로윈 시즌 물건들이 보였습니다. 

아시안 마트 H-Mart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인마트. 마리아 아주머니는 나를 여기저기 구경시켜주셨는데, 오랜만에 간 한국마트는 낯설지만 익숙한 반가움이었습니다. 

 

(마트에 들어오니, 미국에서 보던 음식 품목이 친근하게 바꼈다. 물론 손바닥마다 큰 저 잭푸루트를 제외하고는)

 

 

 

트램
Trolley

트램, 역, 그리고 사람

 

시골과 도시를 오가던 트램. 넓은 미국 땅 만큼이나, 나무도 사람도 서로 우거지며 살아가고 있었고, 트램은 그 공간을 경계가 없다는 듯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여자분 뒷편으로는 우거진 나무들이, 뒤돌아 사진 찍고 있는 남자분 뒷편에는 노을진 도시의 풍경이 보입니다. 한국에서 기다란 지하철 전철만 보다, 작디 작은 두 세칸 짜리의 트램을 보니, 작은 마차가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트램을 타고 도서관도, 공원도, 미술관도 원하는 곳은 대부분 찾아다녔습니다. 

 

 

보스턴에서의 생활은 미술관 - 도서관 - 박물관 - 마켓 이렇게 커다란 틀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계획없이 생각나는데로 움직여 방문했던 공간들이 모두 제가 좋아하고, 원하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보스턴에서 생활 중, 일상이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여행을 가면, 아침에 맞이하는 일상이 달라질까 했었지만, 한국에서 맞이한 아침과 마찬가지로, 저는 방황했고, 미완성인 사람이었습니다. 인생이 달라지고 싶어서 용기내어 혼자 오른 여행길이었지만, 점점 실망하고 우울해져가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매일 '주제'를 정해서 글을 써보라는 조언을 듣고, 그때부터 무엇이라도 쓰기 위해 밤에는 챙겨간 노트북을 켜고, 타자기를 두드렸습니다. '감사' 처음 정한 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돌아가고, 나는 계속해서 살아가야되니까, 이 일상에서 의미를 찾기로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글을 써야되니, 감사한 일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트를 가면서 내 앞에서 바뀐 신호등이 감사하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나뭇잎 냄새가 섞인 공기가 좋아 감사했고, 시간표 없이 나간 역에 트램이 때마침 들어오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감사함을 하나씩 찾고, 매일 그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면서 드디어 보스턴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됐습니다.

 

 

 🙆🏻‍♀️다음 주는 제가 방문했던 보스턴의 장소와 그 때의 느낌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끄적인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보겠습니다.  

 

 

 

 

 

나의 이번생은 글렀다 다시 살아야만 한다. 

2019.10.24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전철을 타면서 창 밖을 바라보다 괜스레 이 지루한 일상에 우울해졌다. 여행을 떠나면 뭔가를 얻을거라 생각했던 나의 일말의 희망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여행만이 지겨운 일상 속에서 빼내줄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무언가 새로운 것을 깨달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한달째, 트램을 타고 보스턴 시내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으로 향하다보니 삶이 무료해졌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서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하고 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행은 왜 그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처음 중학교 친구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풍경이었다. '에이 서울이네'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전철을 타고 숙소로 향하던 길에도 우울한 노래를 들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올라온 초밥 맛집을 가봐도 줄서서 들어간 카레우동집도 색다른 매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서 들어간 온천에서 나는 행복을 찾았다. 따뜻한 탕에 몸을 담그고, 개운해진 몸으로 우유를 한 잔 마시는데, 여행이 이런거구나 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 것 같다. 두 번째 여행은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했다. 그때는 일본 섬, 오키나와로 떠났다.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풍경이었다. 그 여행의 기억들은 다 얘기할 수 없었지만, 첫 여행인 온천만큼이나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돌아와서는 다시 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여행은 소소하게 좋은 추억들을 하나둘씩 남겼고, 그래서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될지 고민이 됐을 때, 여행을 떠나면 해결될 거라 믿었다. 변화가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 있어서.  

  그러나 이번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즐겁지는 않다. 아무리 이쁜 것을 보아도 감탄할 수가 없고, 아무리 멋진 하늘을 보아도 공유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친구와 보았을 때에 처음 하늘을 보았을 때는 그 하늘이 푸른 것에도 감사했고, 붉은 것에도 감사했다. 뜨거운 날에 꽤 먼 거리를 걸어 온천을 갔을 때도 행복했고, 그 온천에 도착했다는 것도 감사했다. 그렇게 비가 오는날, 뜨거운 날 모든 것이 감사한 것들이 많았다. 심지어 바다에서 화상을 입고 온날에도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웃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가 다녔던 총 네번의 여행에서 다른 점은 지금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었던 것 같다. 어느 곳을 가든지 하늘은 존재하고, 어디를 가던지 맛집은 계속 생겨난다 기막힌 사건들도 어디서나 예기치 못하게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그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다른 문제같다. 그것을 잊고 지냈다. 사실, 둘러보면 감사한 일들이 많다. 이번 생은 글렀다 얘기했던 나의 말은 정정 해야된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이 말을 할때 전제되어야 할 '내 인생'은 아직 미완성이자 현재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인생을 여행할 것이다.

 

‘난 오늘 새로운 미술재료 DERWENT DRAWING chocolate6600을 알게된 것에 대해서 감사한다. 이 친구는 조금 뻑뻑함에도 불구하고 갱지에서 발색이 아주 뛰어나다’

 

 

 

 

보스턴 여행은 잔잔하지만, 제겐 조금 더 특별하게 흘러갑니다. 

저는 어떤 감사함을 또 찾았을까요?

궁금하시다면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